전세·대출 낀 집을 자녀에게 부담부증여 — 취득세가 '유상'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부담부증여는 오랫동안 대표적인 절세 방법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전세보증금이나 은행대출 같은 채무를 자녀가 함께 인수하면, 그 채무만큼은 유상취득으로 보아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는 것이 통념이었습니다.
그러나 2025년 10월 대법원은 이 통념을 정면으로 흔드는 판결을 내렸습니다(대법원 2024두67238).
소득이 없는 자녀가 채무를 인수하더라도, 그 채무를 스스로 갚을 자력을 취득 시점에 입증하지 못하면 취득세에서 전액 무상취득으로 과세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부담부증여의 3세목 과세구조와 이번 판례가 남긴 취득세 함정을 조문 근거로 정리합니다.
아울러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처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역에서는 전세를 낀 부담부증여가 실거주 의무 때문에 사실상 막혀 있다는 점도 함께 짚어 보겠습니다.
부담부증여의 기본 구조 — 하나의 증여를 유상과 무상으로 쪼갠다
부담부증여란 재산을 증여하면서 그 재산에 딸린 채무까지 함께 넘기는 것을 말합니다.
전세보증금 반환채무가 있는 집이나 담보대출이 남은 부동산을 자녀에게 넘기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세법은 이 하나의 거래를 두 부분으로 분해합니다.
자녀가 인수한 채무액만큼은 대가를 주고 받은 것으로 보아 '유상취득', 나머지 순수하게 받은 부분은 대가 없이 받은 것으로 보아 '무상취득(증여)'으로 나눕니다.
이 분해 때문에 부담부증여는 취득세, 양도소득세, 증여세 세 가지 세목이 동시에 얽히게 됩니다.
취득세에서는 채무액이 유상승계취득의 과세표준이 되고 잔액이 무상취득의 과세표준이 됩니다(「지방세법」 제10조의2 제6항).
양도소득세에서는 채무를 넘긴 증여자(부모)가 그 채무액만큼 재산을 유상으로 넘긴 것으로 보아 양도세를 부담합니다(「소득세법」 제88조 제1호).
증여세에서는 원칙적으로 인수된 채무를 증여재산가액에서 차감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만 자녀에게 증여세를 물립니다.
| 세목 | 채무인수액(유상 부분) | 잔액(무상 부분) |
|---|---|---|
| 취득세 | 유상승계취득 과세표준 주택 1~3% |
무상취득 과세표준 3.5%(조정지역 최대 12%) |
| 양도소득세 | 증여자(부모)에게 양도세 과세 | 과세 없음 |
| 증여세 | 증여재산가액에서 채무 차감(공제) | 수증자(자녀)에게 증여세 과세 |
여기서 문제의 출발점은 취득세입니다.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사이의 부담부증여에서는 채무인수를 곧바로 유상으로 인정해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2024두67238 — 채무인수가 유상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건
「지방세법」 제7조 제12항 단서는 배우자·직계존비속으로부터 부동산을 부담부증여로 취득하는 경우, 같은 조 제11항을 적용해 원칙적으로 무상취득으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부모가 자녀에게 채무를 함께 넘겨도, 그 채무인수분을 유상취득의 낮은 세율로 인정받으려면 자녀가 '실제로 대가를 부담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합니다.
2025년 10월 16일 대법원은 이 입증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했습니다(대법원 2024두67238, 파기환송).
부친이 2022년 4월 자녀에게 서울 강서구 아파트를 부담부증여하면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 3억 5천만 원을 자녀가 인수한 사안입니다.
자녀는 처음에 조정대상지역 3억 원 이상 주택의 무상취득 중과세율 12%를 적용해 취득세 등 약 5,691만 원을 신고·납부했다가, 이후 채무인수분은 유상취득(1%)으로 보아야 한다며 경정청구를 했고 이것이 거부되자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대법원은 채무인수분을 유상취득으로 인정받으려면, 취득 시점을 기준으로 수증자 본인의 소득이나 재산으로 그 채무를 변제할 자력이 있었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때 증여받은 목적물 부동산 자체나 장래 발생할 임대보증금 같은 미래 소득은 변제 자력 판단에서 제외한다고 보았습니다.
원고 승소로 판단했던 원심(서울고등법원 2024누52795)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낸 것입니다.
소득이 없는 자녀에게 부담부증여를 하면 채무를 인수시켰더라도 취득세에서 유상취득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채무인수분까지 포함한 전액이 무상취득으로 과세되어, 조정대상지역이라면 최대 12%의 중과세율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무직·미성년·사회초년생 자녀에게 넘길수록 이 위험은 커집니다.
증여세는 채무공제, 취득세는 자력입증 — 판단 기준이 다르다
많은 분들이 "증여세 신고에서 전세보증금을 채무로 공제받았으니 취득세도 당연히 유상으로 인정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두 세목은 채무를 바라보는 기준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증여세에서는 배우자·직계존비속 간 부담부증여라도 국가·금융기관 채무나 임대차계약서로 확인되는 전세보증금처럼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채무라면 증여재산가액에서 공제해 줍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7조 제3항).
즉 전세보증금이나 은행대출은 서류로 실재가 확인되면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빠집니다.
반면 취득세에서는 채무가 객관적으로 실재하는지가 아니라, 수증자가 그 채무를 스스로 갚을 능력이 취득 시점에 있었는지를 따집니다(「지방세법」 제7조 제11항·제12항).
전세보증금이 분명히 존재하더라도, 그 반환채무를 자녀가 자기 소득·재산으로 감당할 자력이 없다면 취득세에서는 유상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결국 증여세에서는 채무공제를 받아 세금을 줄였는데, 같은 채무가 취득세에서는 유상으로 인정되지 않아 전액 무상 과세되는 괴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증여세의 채무공제와 취득세의 유상 인정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증여세에서 채무를 공제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취득세에서 유상취득이 자동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두 세목을 하나로 묶어 판단하면 취득세에서 예상치 못한 세액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계산으로 보는 함정 — 자력 입증 여부로 5.7배 차이
자력 입증에 성공했는지 여부가 취득세를 얼마나 갈라놓는지 숫자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시가 9억 원 아파트에 전세보증금 5억 원이 낀 상태로 자녀에게 부담부증여하는 경우를 가정합니다.
아래는 이해를 돕기 위한 단순 계산으로, 실제 세액은 시가인정액·지방교육세·농어촌특별세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① 자력 미입증 — 전액 무상취득 중과 12% 적용
취득세 = 9억 × 12% = 1억 800만 원
② 자력 입증 성공 — 채무 5억은 유상, 잔여 4억은 무상
유상 부분 취득세 = 5억 × 1% = 500만 원
무상 부분 취득세 = 4억 × 3.5% = 1,400만 원
합계 = 500만 + 1,400만 = 1,900만 원
같은 집을 같은 조건으로 넘겨도, 자녀의 자력 입증 여부 하나로 취득세가 약 5.7배 차이 납니다.
차액이 8,900만 원에 이르며, 여기에 지방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까지 더하면 실제 부담 격차는 더 벌어집니다.
실제 대법원 사건에서도 자녀는 채무인수분을 유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아파트 전액에 대해 무상취득 중과 12%가 적용되어 약 5,691만 원을 부담해야 했습니다.
2025년 12월 지방세법 개정으로 부담부증여의 대가가 시가인정액보다 현저히 낮은 경우를 유상취득에서 제외하는 규정이 신설되었습니다(「지방세법」 제7조 제11항 제4호).
대가와 시가인정액의 차액이 3억 원 이상이거나 시가인정액의 30% 이상인 경우가 이에 해당하므로, 저가 부담부증여로 취득세를 회피하려는 설계는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이월과세 10년 — 부담부증여 절세효과의 이중 상쇄
부담부증여의 부담은 취득세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증여받은 부동산을 나중에 팔 때 적용되는 이월과세 제도까지 함께 보아야 전체 세 부담을 제대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월과세란 배우자·직계존비속에게 증여받은 부동산을 증여받은 날부터 10년 이내에 양도하면, 양도차익을 계산할 때 취득가액을 수증자가 증여받은 가액이 아니라 당초 증여자가 취득한 가액으로 계산하는 제도입니다(「소득세법」 제97조의2 제1항).
2023년 1월 1일 이후 증여분부터는 이 기간이 종전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났습니다.
취득가액이 낮아지면 양도차익이 커지고 결국 양도세가 늘어납니다.
즉 증여로 취득가액을 높여 양도세를 줄이려 해도, 10년 안에 팔면 그 효과가 사라집니다.
여기에 부담부증여 자체의 취득세 부담까지 겹치면, 증여로 기대했던 절세효과가 취득세와 양도세 양쪽에서 이중으로 상쇄될 수 있습니다.
- 이월과세는 수용, 1세대 1주택 비과세 대상 양도 등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 이월과세를 적용한 세액이 적용하지 않은 세액보다 적은 경우에도 배제됩니다
- 10년 기간은 증여받은 날을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서울·경기라면 한 번 더 —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전세 낀 부담부증여가 막힙니다
여기까지가 전국 어디서나 적용되는 세금 문제라면, 서울과 수도권 일부에는 세금보다 먼저 넘어야 할 벽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입니다.
2025년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과천·광명·성남·수원·안양·용인 등, 정확한 구역은 관할 지자체 고시로 확인)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 구역에서 규제 대상 주택을 취득하려면 관할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허가를 받은 사람은 원칙적으로 2년간 그 주택에 직접 실거주해야 합니다(「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7조).
이용 의무를 어기면 취득가액의 100분의 10 범위에서 이행강제금이 부과됩니다(같은 법 제18조).
여기서 핵심은 토지거래허가 대상이 '대가를 받고 이전하는' 유상계약이라는 점입니다(같은 법 제11조 제1항).
대가 없이 넘기는 순수증여는 무상계약이라 토지거래허가 대상이 아니어서 이 구역에서도 허가 없이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담부증여는 인수하는 채무만큼 대가가 오가는 유상 부분이 있어, 그 부분이 토지거래허가 대상이 되고 결국 계약 전체가 허가와 실거주 의무의 적용을 받게 됩니다.
그 결과 전세보증금을 낀 부담부증여는 구조적으로 막힙니다.
세입자가 이미 살고 있는 집은 수증자가 즉시 입주해 실거주할 수 없으므로 2년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따라서 허가를 받기 어렵습니다.
세입자 없이 담보대출만 인수하는 부담부증여라면 수증자가 직접 실거주해 이 요건 자체는 채울 수 있지만, 이때는 뒤에서 살펴볼 은행의 대출 승계 심사라는 또 다른 관문을 넘어야 합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순수증여는 허가 없이 가능하지만, 부담부증여는 채무인수분이 유상으로 취급되어 허가와 2년 실거주 의무의 대상이 됩니다.
전세보증금을 낀 집은 세입자 때문에 수증자의 실거주가 불가능해 이 구역에서는 부담부증여를 실행하기 어렵습니다.
서울·수도권 주택이라면 세금 계산에 앞서 대상 주택이 허가구역에 속하는지부터 관할 지자체에 확인해야 합니다.
부담부증여 전 반드시 점검할 것 — 자력, 대출 승계, 사후관리
부담부증여를 계획한다면 실행 전에 세 가지를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첫째는 취득 시점의 자력 입증, 둘째는 은행의 대출 승계 가능성, 셋째는 증여 이후의 채무 사후관리입니다.
먼저 자력 입증은 증여를 실행하기 전에 준비되어야 합니다.
대법원이 요구하는 것은 취득 시점을 기준으로 한 자력이므로, 증여 이후에 자력을 갖추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자녀에게 근로소득·사업소득 등 안정적 소득이 있는지, 채무를 감당할 만한 기존 재산이 있는지를 취득 전에 객관적 자료로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담보대출을 낀 부담부증여라면 은행의 대출 승계가 실제로 가능한지를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증여자의 대출 채무를 자녀가 넘겨받으려면 은행이 채무자 변경, 즉 면책적 채무인수를 승인해야 하는데, 이때 은행은 새 채무자인 자녀의 소득과 상환능력을 신규 대출에 준해 심사합니다(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소득이 없거나 부족한 자녀는 이 승계가 거절될 수 있고, 은행 승인 없이 진행하면 대외적으로는 부모가 여전히 채무자로 남아 부담부증여의 채무 이전이 세법상 완결되지 않는 문제가 생깁니다.
다음으로 국세청은 부담부증여로 넘긴 채무를 수증자가 실제로 자기 자력으로 상환하는지를 사후관리합니다.
국세청 발표 기준에 따르면, 인수한 채무의 원리금을 부모가 대신 갚아 준 사실이 확인되면 그 시점에 다시 증여로 보아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채무는 반드시 수증자 본인의 자금으로 상환하고 그 흐름을 계좌로 남겨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부담부증여는 자녀의 소득·재산 상황을 먼저 점검한 뒤에 설계해야 합니다.
소득이 없는 자녀라면 취득세에서 유상 인정을 받기 어렵고 은행의 대출 승계도 거절될 수 있으므로, 순수증여와 세액을 비교해 유불리를 따져 보는 것이 우선입니다.
증여 이후에는 인수한 채무의 원리금을 자녀 본인 계좌에서 상환하고 그 내역을 보관해, 사후관리에서 대납 증여로 오인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세보증금을 자녀가 인수하면 그만큼은 무조건 유상취득으로 낮은 취득세율이 적용되나요?
A. 아닙니다.
배우자·직계존비속 간 부담부증여는 원칙적으로 무상취득으로 추정되며(「지방세법」 제7조 제11항·제12항), 채무인수분을 유상으로 인정받으려면 수증자가 취득 시점에 그 채무를 스스로 갚을 자력이 있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소득 없는 자녀는 유상 인정을 받지 못해 전액 무상취득으로 과세될 수 있습니다.
Q. 대법원 2024두67238 판결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A. 채무인수분을 유상취득으로 인정받으려면 취득 시점을 기준으로 수증자 본인의 소득·재산으로 채무를 변제할 자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때 증여받은 부동산 자체나 장래 발생할 임대보증금은 자력 판단에서 제외됩니다.
2025년 10월 16일 선고된 파기환송 판결입니다.
Q. 증여세에서 전세보증금을 채무로 공제받았으면 취득세도 유상으로 인정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증여세는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채무면 과세가액에서 공제하지만(「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7조 제3항), 취득세는 수증자의 변제 자력을 별도로 따집니다(「지방세법」 제7조 제11항).
증여세에서 채무공제를 받아도 취득세는 전액 무상으로 과세될 수 있습니다.
Q. 서울·경기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도 부담부증여를 할 수 있나요?
A. 순수증여는 무상계약이라 허가 없이 가능하지만, 부담부증여는 채무인수분이 유상으로 취급되어 토지거래허가와 2년 실거주 의무의 대상이 됩니다(「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제17조).
세입자가 있는 전세 낀 집은 수증자가 즉시 실거주할 수 없어 허가를 받기 어려우므로, 이 구역에서는 전세형 부담부증여가 사실상 막혀 있습니다.
대상 주택이 허가구역에 속하는지 먼저 관할 지자체에 확인해야 합니다.
Q. 주택담보대출이 남은 집을 부담부증여하려는데 소득 없는 자녀도 대출을 넘겨받을 수 있나요?
A. 은행의 승인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증여자의 대출을 자녀가 인수하려면 은행이 채무자 변경(면책적 채무인수)을 승인해야 하고, 이때 은행은 자녀의 소득과 상환능력을 신규 대출에 준해 DSR 등으로 심사합니다.
소득이 없거나 부족한 자녀는 대출 승계가 거절될 수 있어 대출 낀 부담부증여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부담부증여로 받은 집을 나중에 팔 때 주의할 점이 있나요?
A. 증여받은 날부터 10년 이내에 양도하면 이월과세가 적용되어 취득가액을 증여자의 당초 취득가액으로 계산하므로 양도세가 커집니다(「소득세법」 제97조의2 제1항).
2023년 1월 1일 이후 증여분부터 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었으니, 부담부증여의 취득세와 양도세를 함께 고려해 판단해야 합니다.